▲ 윤 대 영 목 사

[부천신문] 박정희 군사 정부 시절 경제개발이라는 용어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표로 이어지므로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다. 경제개발 5개년 초기 단계는 절대빈곤의 탈출이었다. 그 시절 통계란 매우 미흡했을 것이다. 그러나 차트로 국정을 설명하는 군대식 홍보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던 당시 중요한 통계의 지수는 국민총생산(GDP). 국민총생산 지수를 높이려면 국민의 숫자를 줄여야 했고, 경제 규모는 키워야 조속한 시간 내에 자급자족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가 공존하던 시절, 농경사회는 식량의 생산이, 산업사회에서는 수출이 경제의 주축이었다. 이때, 산아 제한이라는 정책이 시작했다. 자녀를 적게 낳자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했다. 달콤한 이야기다. 지금도 가정마다 출산과 양육은 가장 힘든 일이다.

농경사회의 관념은 가정의 노동력이 많은 가정이 부흥할 수 있었다. 많게는 10남매에서 적게는 4, 5남매는 되었다. 자기 농토가 없으면 지주로부터 소작을 하더라도 식량 생산을 유족하게 할 수가 있었다. 이러한 통념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자녀가 재산이다라는 의식에서 자녀가 양육의 짐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인식시키고, 덜 낳고 덜 고생하자는 달콤한 설득은 쉽게 전국민에게 확산이 되어 이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적 생명 윤리인 생명은 신(神)으로부터 얻어지는 복이라고 생각하는 종교심조차도 극복하였다. 그 다음은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고 인식시키기 시작하여 두 부모가 한 사람을 낳으므로 인구 감소를 불러오는 이 정책 역시 성공했다. 그 결과는 현재의 심각한 인구 고갈 문제를 만들어냈다. 당장 군 장병의 자원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서둘러서 전문군인의 수를 증가시키고, 여성 군 자원과 귀화한 외국인도 국방의 의무를 부여하자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결국 순리를 인위가 이기는 듯했으나 순리가 맞았다. 아들이 말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나 셋째 임신했어요. 유산시키려고요.’ 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하면 수화기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음성은 또렸했다. ‘낳아라. 내가 길러줄게. 아이는 저 먹을 것, 가지고 태어나는 법이다.’ 어머니의 말씀이 순리였다. 아들의 유산(임신중절수술)은 인위에 속하는 것이다. 학력도 없고, 지식도 부족하지만 어머니의 말씀에 지금도 순종하지 아니했던 지난날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국방 부분만이 아니라 급격히 고령화되어가는 상황에서 노인 복지 문제도 심각하다. 자녀 생산은 긴요하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정에 한 아이만 낳도록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했다. 중국의 경제 역시 위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노동력의 부족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인해전술을 폈던 중국이건만 젊은 노동자 문제로 깊은 수렁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 노령화 시대의 노동 부족에 의한 생산성 저하는 국가 총생산을 저하한다.

사람은 누구나 발전하고 보다 더 흥왕되기를 바란다. 아버지보다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고, 아들보다 손자가 잘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온 국민들이 자녀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능한 자녀를 양육하려고 하다보면 보다 더 좋은 양질의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이것이 순리이다. 이러한 의욕은 선한 의욕이다. 한 사람의 발전은 한 가정의 흥왕이자 한 나라의 소중한 자원이다.

부모의 자녀 교육 열의를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건강한 의욕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뭉게 버리는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나라이다. 국민의 자녀 중에 영재가 태어나면 영재 교육을 시켜줘야 하고, 수재가 태어나면 수재로 길러야 하고, 천부적 재질을 발견하여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란 말의 뜻이다.

그런데 평준화(교육의 균등한 기회 부여)라는 명목으로 ‘서열’을 파괴하는 계급 투쟁으로 보고 저마다의 인성과 소질을 짓밟아 버리는 행위는 분명히 순리를 인위적으로 거스리는 정책이다. 경쟁을 하지 말고, 부모의 기득권으로 자녀의 특혜부여를 철저하게 봉쇄하고, 유산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인위적인 역리적 행위이다. 결국 교육부의 대입의 정시율까지 높이면 자연히 학원가가 성시를 이룰 것이고, 뿐만 아니라 강남과 그 외 학원가가 많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더욱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정부의 집값 잡기와 엇박자를 가져올 것이며, 지구촌에서 한국만 있다면 그래도 수긍을 하겠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글로벌한 시대에 국제 경쟁을 통한 수출 주도 경제이다.

국경만 넘으면 치열한 경쟁 사회이다. 경쟁 사회에서 익숙한 경쟁력을 키운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평준화 교육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교육 배급을 받는 우리 자녀들이 경쟁한다면 백전백패는 당연한 순리의 형상이다. 한때는 인위적인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의식하던 때도 있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은 오히려 자연의 순리에 부합할 때만 인류의 건강한 삶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중이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를 ‘인위적으로’ 바꾸고 난 오늘의 지구환경의 현실은 끔찍한 지구 종말을 가져왔고 시급한 상황까지 왔음과 동일한 논리이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순리 우선 이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순리를 이긴 인위는 인류 역사상 없다.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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